파킨슨병 초기증상, 왜 빨리 알아차려야 할까?
혹시 최근 글씨가 점점 작아지거나,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잠꼬대가 심해지셨나요? 많은 사람이 파킨슨병 하면 손 떨림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다양하고 미묘한 파킨슨병 초기증상들이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생성 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진행을 멈출 수는 없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삶의 질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킨슨병 초기증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병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노화 현상으로 지나칠 수 있는 파킨슨병의 주요 초기 신호들과 그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대표적인 운동 관련 초기증상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증상은 주로 움직임과 관련되어 나타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매우 미세하게 시작되어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1. 안정 시 떨림 (Rest Tremor)
가장 잘 알려진 파킨슨병 초기증상 중 하나입니다. 특징적인 점은 TV를 보거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처럼 몸에 힘을 빼고 있을 때 떨림이 나타나고, 컵을 잡는 등 의도적인 움직임을 시작하면 오히려 증상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주로 한쪽 손가락이나 손에서 시작되어 점차 같은 쪽 다리로 퍼져나가고, 나중에는 반대쪽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행동이 느려지는 '운동완만' (Bradykinesia)
모든 일상적인 동작들이 눈에 띄게 느려지고 둔해지는 증상입니다. 옷의 단추를 채우거나, 세수하고, 글씨를 쓰는 등 간단하고 반복적인 행동에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또한 보폭이 줄어들어 종종걸음을 걷게 되고, 팔의 흔들림이 줄어드는 것도 특징입니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도 줄어들어 표정이 없는 '가면 얼굴(Masked Face)'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 근육의 뻣뻣함 '경직' (Rigidity)
근육이 뻣뻣해져 팔이나 다리, 목 등을 움직일 때 저항감이 느껴지는 증상입니다. 본인은 종종 어깨나 등 부위의 통증이나 뻐근함으로 느끼기 때문에 오십견이나 디스크로 오인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이 환자의 관절을 수동적으로 움직여볼 때, 마치 톱니바퀴처럼 뚝뚝 끊어지는 듯한 저항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놓치기 쉬운 '비운동' 초기증상
놀랍게도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심지어는 10여 년 전부터 비운동 증상들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증상들에 더욱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 후각 기능 저하 (Hyposmia): 음식 냄새나 향수 냄새를 예전처럼 잘 맡지 못하게 되는 것은 매우 흔하고 이른 신호 중 하나입니다. 감기나 비염과 무관하게 후각이 무뎌졌다면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 렘수면 행동장애 (REM Sleep Behavior Disorder): 꿈을 꾸는 단계인 렘수면 중에 꿈 내용을 그대로 소리치거나 팔다리를 휘젓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수면 장애입니다. 이로 인해 본인이나 옆 사람이 다칠 수도 있습니다.
- 만성 변비 (Constipation): 뚜렷한 식습관의 변화나 이유 없이 변비가 수년간 지속된다면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이는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장운동이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 우울감, 불안, 무기력감: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으로 인해 기분 변화가 흔하게 동반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지속되는 우울감이나 사소한 일에도 심한 불안을 느끼는 것 역시 중요한 신호입니다.
- 그 외 신호들: 이 외에도 ▲글씨가 점점 작아지고 촘촘해지는 증상(소자증),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억양이 단조로워지는 변화, ▲이유 없는 극심한 피로감, ▲피부 기름기 증가(지루성 피부염) 등이 파킨슨병 초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의심 증상 발견 시 대처 방법
앞서 언급된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체크리스트를 통해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증상 구분 | 체크리스트 |
---|---|
운동 증상 | □ 가만히 있을 때 한쪽 손이나 다리가 떨린다. |
□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보폭이 좁아졌다. | |
□ 얼굴 표정이 줄고 무표정해졌다는 말을 듣는다. | |
□ 팔다리가 뻣뻣하고 움직이기 불편하다. | |
비운동 증상 | □ 냄새를 예전처럼 잘 맡지 못한다. |
□ 잠꼬대가 심하고 꿈속 행동을 실제로 한다. | |
□ 만성적인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 | |
□ 글씨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 |
□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불안하고 무기력하다. |
위 표는 자가 점검을 위한 참고 자료일 뿐, 절대적인 진단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받아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병력, 증상, 신경학적 검사 등을 종합하여 진단을 내리며, 필요한 경우 도파민 운반체 영상(FP-CIT PET)과 같은 검사를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결론
파킨슨병 초기증상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손 떨림과 같은 명확한 운동 증상 외에도 후각 저하, 수면 장애, 변비 등 다양한 비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경과를 방문하여 상담받는 용기가 건강한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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